목적별 공부안 소개
법안의 입법 배경
주요 내용 해설
각 공부안의 비교
외국의 신분등록제
대법원과 법무부에서 제시한 신분등록제, 무엇이 문제일까요?

호주제 폐지되기 이전에도 몇 년간, 호주제 이후의 신분등록제도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어왔고, 이는 가족부, 1인1적부, 목적별 공부안 등으로 제안된 바 있다.
가족부는 부부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가족관계를 기록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 때 부부 중 1인을 '기준인'으로 지정하도록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성인 남성이 가족을 대표하는 ‘호주’의 개념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에 반해 1인1적부는 말 그대로 개인이 각각 하나의 신분등록표를 갖게 되는 양식으로서, 기준인을 정하지 않고 각 개인을 중심으로 출생, 혼인 등 신분변동 사항만을 기재하게 되어 있다는 점에서 가족부와 가장 큰 차이점을 갖는다.

그러나 이 두 안은 모두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고 있는 까닭에 나이, 성별 등의 정보들이 드러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족 관계까지도 한 눈에 드러나도록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부모-자녀로 이루어진 ‘핵가족’만이 기재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특정 가족 형태만을 ‘정상적인’ 핵가족으로 인정하는 셈이다.

호주제가 폐지되기 얼마 전, 대법원법무부에서는 각각 가족부와 1인1적부를 혼합한 신분등록안을 제시하였다. 각각의 장점을 혼합했을 뿐만 아니라, 증명방식에 있어서는 목적별 공부안의 장점까지도 도입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두 안은 자칫 호주제 폐지의 성과마저도 퇴색시키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1) ‘본적’ 개념이 여전히 남아있다.

법무부의 안은 각종 신분변동기록 관리 및 검색기준 개념에 본적을 유지시키고, 부부와 미혼자녀는 원칙적으로 동일 본적을 유지하게 하고 있다. 대법원의 안 역시 본적의 개념이 남아있다.
'본적'이라는 개념은 남성 호주를 기준으로 한 '가(家)'단위 편제에서 근간이 되어온 개념이며, 혈연, 지연이 야기해온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들과도 깊은 관련이 있는 악습이다. 현대사회에 이르러서는 혼인으로 이루어진 가족 형태조차 점차 핵가족화 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출현하여 '가(家)'로서의 의식이 사라져가고 있다. 본적 개념은 이러한 상황에 전혀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신분 증명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사항이다.

2) 가족을 통해 개인의 신원을 확인한다.

대법원의 신분등록표에 기재되는 범위는 본인의 배우자와 부모, 자녀, 형제, 자매의 인적사항 및 사망여부에까지 이르고 있다. 심지어 법무부의 안은 배우자의 부모까지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국민의 편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과도하게 개인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배우자와 부모, 자녀, 형제, 자매의 기본정보는 실제적인 신분 증명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호적법과 유사한 형태의 가족 사항을 기본으로 신분등록표가 만들어진다면, 이는 불필요한 일일 뿐 아니라 프라이버시 침해의 문제까지도 낳게 되는 것이다. 이제까지 공공기관이나 민간회사에서 관례적으로 혹은 의도적으로 호적등본을 요구하면 개인은 어쩔 수 없이 응해야 했었는데, 새로운 신분등록제도 역시 그러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과도한 개인 정보를 당연한 것처럼 요구하는 악습과 그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는 계속 될 것이다.
개인의 신분증명을 가족을 통해 확인하려했던 방식은 호주제의 폐지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할 유물이다. 가족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면 개인의 신분등록표에 가족의 신분등록을 확인할 수 있는 연결번호를 기입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3) 혼인과 혈연에 의한 핵가족 구성을 기본으로 한다.

대법원과 법무부의 안은 여전히 ‘정상가족’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어, 독신, 한부모, 비혈연 관계에 근거한 가족 등 다양한 가족 형태가 출현하고 있는 현실상의 가족 및 생활 공동체와는 거리가 있다. 부모-자녀로 이루어진 (핵)가족만이 '정상가족이'라는 인식을 넘어서지 못하고 오히려 기본적인 틀로 고정시킴으로써, 다른 형태의 가족은 소위 '결손가족'이라는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개인의 신원을 가족을 통해 확인함으로써 발생되었던 호주제의 문제점들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4) 과도한 양의 개인 정보를 수집한다.

대법원안은 개인의 신분사항과 가족의 기본적 신분정보를 하나의 신분등록부에 집적한 후, 본인과 국가기관만 신분등록부의 발급이 가능하도록 하고, 그 밖의 경우는 가족증명, 일반(이력)증명, 혼인(이력)증명, 입양(이력)증명 등 목적에 따라 제한된 정보만 출력하게 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법무부 안 역시, 발급대상을 엄격히 제한하고 출력제한을 통해 증명방식을 다양화하여 개인의 신상정보를 최대한 보호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개인정보의 보호가 '제한된 출력'만으로 처리될 수 있다는 논리는 개인정보보호의 기본적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프라이버시의 문제는 정보의 이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정보의 수집과 집적까지를 아우르는 것으로서, 각각의 정보는 목적에 따라 수집되고 관리될 수 있어야 한다. 설령 국가에 의해 행해지는 일이라 하더라도 필요 이상의 정보를 과다하게 수집하고 한꺼번에 관리하는 것은 이미 정보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다양한 증명방식의 도입이란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가의 입장에서 국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논리일 뿐이다.

5)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한다.

대법원과 법무부의 안은 주민등록번호의 사용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면서도 주민등록번호로 인해 발생하는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주민등록번호는 전 국민에게 부여된 강제적인 ‘일련번호’이다. 번호 자체에 생년월일, 성별 등 과도한 정보를 담고 있어 주민등록번호의 유출로 인한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주민등록번호의 개폐 요구가 정보인권단체들로부터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신분등록제도에서도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할 경우, 주민등록번호의 개폐 작업은 더욱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주민등록번호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는 새로운 신분등록제도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신분등록제도에는 현재의 주민등록번호가 아닌 신분등록제도에 한정되어 쓰이는 독자적인 번호체계가 필요하며, 이때의 새로운 번호체계는 주민등록번호처럼 개인 정보가 그대로 드러나는 방식으로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현행 호적 및 각 공부양식의 비교
구분 현행 호적 법무부 안 대법원 안 목적별 안
편제단위 호주기준 家별 편제 개인별 편제 1인1적 개인별 편제 목적별 편제
기준인 호주 본인 본인 본인
가족 인적사항
기재범위
호주, 배우자, 장남 및 미혼자녀, 장남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 호주의 부모, 배우자의 부모 본인, 배우자, 본인의 부모, 자녀, 형제자매, 배우자의 부모 본인, 배우자, 본인의 부모, 자녀, 배우자의 부모 공부상 부기번호의 연결로 가족사항 확인
신분변동 사항
기재범위
호주와 가족의 출생, 혼인, 이혼, 입양, 사망 등 신변변동 사항 일체 기재 본인의 신분변동사항은 모두 기재하고 가족은 출생일 및 사망여부 기재 본인의 신분변동사항은 모두 기재하고 가족은 출생일만 기재 신분변동부, 혼인변동부에만 본인 변동사항 기재
증명방식 호적등본(전부증명)과 호적초본(호주와 본인의 신본변동 사항) 신분등록등본(전부증명)과 목적별 증명방식 (혼인·입양 등에 대한 출력 제한) 신분등록등본(전부증명)과 목적별 증명방식 (혼인·입양 등에 대한 출력 제한) 목적별 증명방식
열람 발급 제한 열람·발급 대상에 기본적으로 제한 없음 신분등록등본은 본인, 국가기관 등 법령이 정하는 경우에 한하고 목적별 증명은 법제정 과정에서 정함 신분등록등본은 본인, 국가기관 등 법령이 정하는 경우에 한하고 목적별 증명은 법제정 과정에서 정함 열람·발급대상에 기본적으로 제한 불필요
본적 호주와 가족은 동일 본적 유지 부부와 미혼자녀는 동일 본적 유지 부부와 미혼자녀는 동일 본적 유지 본인사항만 확인
형태 호주 중심의 가족기록부 본인 기준의 가족기록부 1인1적 가족부 혼합 목적별 공부
개인식별자 주민등록번호 주민등록번호 주민등록번호 공부기재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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